내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접한 것은
<바람의 계곡의 나우시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 전에 <미래소년 코난> 이 있었고
또 그 전에 <플란다스의 개>가 있었으며, 또 그 전에 <엄마찾아 삼만리>가 있었다.
물론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생기고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플란다스의 개와 엄마찾아 삼만리는 하야오가 원화 담당만 했을 뿐
총연출, 감독을 한 작품은 아니고,
미래소년 코난이 그의 감독 데뷔작이다.
그때야 워낙 어릴때 봐서
'그냥 무지 재미있게 본 만화영화' 로만 기억에 남았을 뿐이다.
당시엔 그말고도 <은하철도 999>를 비롯하여 볼만한 만화영화가 많았기에
단순히 코난만이 가슴에 남아있는 건 아니였다.
그래도 어렸을 적에 본 만화영화중 순위를 매기라면
코난은 상위를 차지할 것이다. 아니, 어쩌면 1위?
뭐, 이 글을 작성하면서 지금 한 번 곰곰히 생각해보니
은하철도 999와 더불어 1위일듯....
아무튼, 당시에는 그냥 '엄청 재미있었던 만화' 였지만,
중학생이 되서 나우시카를 접하고서는 '문화컬쳐'를 받아버렸다.
오....이거슨 단순히 재미있는 만화영화..가 아닌 것이다.
그때만해도 더빙판이 있을 리가 만무하고, 자막까지 없었으며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감상을 했는데도 나는 팬티를 축축히 적시고 말았던 것이다.
물론, 세월이 한참 지난 지금도 나우시카의 감상평을 한마디로 말하라면 어렵다...
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내가 말재주가 모잘라서임) 감동은 정말 내게 오래 남아있었다.
그리고 속속들이 감상하게 되는 <천공의 성 라퓨타> 와 <이웃의 토토로> 를 통해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존재를 알게됐고, 그 사람이 내가 어릴 적 참 재밌게봤던
미래소년 코난의 감독이라는 것도 알게됐다. 그림체로 미리부터 알 수 있었지만 ㅋ
그 후로 나는 작품속의 나우시카와 하야오 감독의 빠돌이가 되버렸다.
다행히도 후속작으로 <마녀배달부 키키>와 <붉은 돼지>가 나오고
그러는 동안 난 군대를 다녀왔으며, 잠시 문화생활과는 거리를 두고 살았었다.
나중에야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생기고 <원령공주>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고화질과 자막으로 접할 수 있게됐고,
'아, 이런 것이 문화적 혜택이구나~~' 라며 수십벌의 팬티를 축축히 적시고 말았다.
그리고 과장없이 수십번을 봤던 적작들도 드디어 자막을 통해 몇번이고 다시 감상했다.
그런데 신기한건 내가 아무리 일본어를 못한다고 해도 수십번을 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자막과 함께 감상을해도 이전과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물론, 하야오의 작품들이 미스테리물이거나 복잡한 반전을 둔다던지 하는게 아니라서
일본어를 모른다고해도 그림만 봐도 알 수 있는 내용이니 당연하긴하다.
하지만, 바꿔말하면 이 얼마나 대단한 작품이지 아니한가?
3~5분짜리 음악 한 곡 듣는 것도 아니고
2시간 가량의 애니를 접하는데 언어의 장벽에 가로막히지 않고
작품을 고스란히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하야오가 얼마나 대단한 감독인지를 반증해주는 것 같다.
딱! 한 가지 자막없이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은
마녀배달부 키키에서 키키가 우르슬라의 오두막에 가서 나눴던 이야기들...
대충 짐작으로야 알 수는 있지만, 정확히 그런 내용들을 담고 있는 지는 알 수 없었다.
그 전까지의 하야오 작품에서 그렇게 대화가 길게 이어지는 적은 없었기에...
후아~~이건 뭐 지금까지 길게 지껄여놓고
정작 <마루밑 아리에티>는 언급도 하지않고 있다.
그래도 할 말은 더 해야겠다 ㅋ